나의 자동차 이야기#3 : 경차 캐스퍼, 4인 가족 패밀리카로 괜찮을까?

우리 가족의 유일한 이동 수단이 된 경차 캐스퍼의 장단점을 살펴보고 패밀리카로서의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 본다

작년 이맘때쯤, 애증의 지프 랭글러를 중고 매물로 떠나보내고 우리 가족에게 남은 차는 차는 전원주택으로 이사 온 다음 해에 아내의 생일 선물로 사줬던 캐스퍼뿐이었다. 그 이후부터 이 작고 귀여운 경차가 지금까지 우리 가족의 유일한 자동차이자 패밀리카가 되어 주고 있다. 조만간 조금 더 큰 사이즈의 차를 새로 들일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둘째도 어리고 멀리 여행을 가거나 장거리를 이동할 일이 많지 않아 당분간은 캐스퍼 한대로 유지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2026년 2월 현재, 우리 가족의 유일한 자동차이자 4인 가족의 패밀리카인 경차 캐스퍼

그렇게 나와 아내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차 한 대로 최대한 버텨보자는데 합의했고 그 기한을 따로 두지도 않았다. 아직까지는 불편함보다는 만족스러운 점이 더 크기 때문이었다. 우선 경제적 이점이 매우 컸다. 당장 새 차를 구매하지 않기로 하면서 모아두었던 돈을 잠시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국내 주식을 조금 사들인지 얼마 되지 않아 본격적인 코스피 5,000시대를 맞이하며 큰 금액은 아니지만 소소하게 수익도 올릴 수 있었다. 여유 자금이 많은 편은 아니었기에 당장 감가상각이 심한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보다는 자산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 기회비용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어 선택한 일이었다.

경차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부분도 매우 크게 다가왔다. 일반 승용차에 비해 세금이 저렴하고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영 주차비의 50% 할인 혜택도 매우 쏠쏠해 가끔 서울로 나들이를 가거나 여행을 갈 때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혼잡한 주차장에서 비교적 여유로운 경차 전용 주차 칸에 주차를 할 수 있는 것은 덤이었다. 연비 또한 준수해 고유가 시대에 기름값 걱정을 덜 수 있고, 여기에 더해 세대에 경차 한 대만 있을 경우 1년에 30만 원씩 유류세 절감 혜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는 것이 즐겁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런 모든 혜택을 종합해 보았을 때, 우리처럼 경제적 여유가 크지 않은 가족에게 경차는 정말 축복과도 같은 자동차인 것이다.

또한 경차를 운용하면서 깨진 몇 가지 편견 역시 존재한다. 첫 번째로 차량의 옵션, 즉 안전 및 편의 사항에 대한 기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차는 이른바 ‘굴러만 가는 차’ 취급을 당연하듯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캐스퍼의 경우 전방 충돌 방지, 차로 유지, 후측방 충돌 방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의 주행 안전 보조 기능을 지원하고 열선 핸들, 앞좌석 열선 시트, 운전석 통풍 시트, 자동 업데이트 내비게이션 등의 편의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물론 우리 차의 경우 터보와 선루프를 제외한 풀옵션(2021년식, 구매가 약 1,900만 원 상당) 이긴 하지만 경차에 이런 기능들을 넣어 준다는 것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제 차 급에 따라 안전 및 편의 기능을 포기해야 하는 시대는 끝난 듯하다.

주행 감각 역시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준을 보여주는데, 터보가 아닌 자연흡기 모델인데도 불구하고 고속도로의 시속 100km 이상 고속 주행 시에도 크게 불안하거나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안정성을 보여 준다. 다소 부족한 힘과 가속력 또한 평소에 과속 및 추월을 잘 하지 않고, 정속 주행 위주로 운전하는 편이라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또한 캐스퍼는 경차이긴 하지만 SUV 스타일로 다른 경차들보다 높은 차고와 개방감을 가지고 있어 비포장도로를 자주 다녀야 하는 전원생활에서도 크게 무리 없이 운행하고 있다. 경차 치고는 공간 활용성이 높은 것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앞뒤의 간격 조정과 리클라이닝이 가능한 시트였다. 트렁크 공간과 뒷좌석의 공간 배분을 필요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덕분에 뒷좌석에 부피가 큰 유아용 카시트 2개를 설치하고 아이를 태울 수 있었다. 유모차야 선택이 가능하다지만 카시트는 필수이니 이게 불가능했다면 아무리 경제성이 좋더라도 패밀리카로서는 실격이었을 테니 얼마나 다행인가.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도 더러 있다. 그 불편의 대부분은 경차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인 좁은 공간에서 기인한다. 이를테면 우리는 정기적으로 코스트코에서 대량으로 장을 보곤 하는데, 부피가 큰 물건과 식재료를 많이 산 날에는 어김없이 짐으로 테트리스를 해야 한다. 또한 유모차도 휴대용을 제외하고는 실을 수 없기에 둘째는 유모차를 아예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나와 아내는 미니멀 육아를 추구하기에 가능한 선택이지만, 일반적으로 차 크기 때문에 유모차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누군가에게는 차를 바꿔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짐이 많은 피크닉이나 캠핑은 꿈도 못 꾸고, 자주 가는 이케아에서 호기롭게 가구들을 실어 오던 것도 포기해야 한다. 요약하자면 이전의 지프 랭글러가 자동차의 가능성을 믿고 어디든 떠나볼 수 있는 듬직한 매력을 가진 차였다면, 캐스퍼는 가능한 범위 안에서 미리 계획적으로 움직였을 때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야무진 성격의 차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4인 가족의 유일한 자동차가 경차 캐스퍼라고 하면 주변의 많은 관심을 감내해야 한다. 물론 걱정스럽거나 안타까워하는 쪽으로 말이다. 실제로 아주 가까이에서부터 그런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일단은 양가 부모님의 걱정이 매우 크게 작용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주 둘을 그 작은 차에 욱여넣고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그분들의 입장에서는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작은 차는 위험하다’라는 인식이 우리 세대보다 꽤나 크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도 이해한다. 실제로 장인어른은 자신의 볼보 세단과 바꿔서 타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또 하셨을 정도로 걱정에 진심이셨다. 곧 새 차를 구입할 거라는 핑계로 정중히 거절했지만, 예전의 랭글러도 미니 쿠퍼를 드리고 받아왔었는데 또 무슨 염치로 그런 불공정 거래를 한단 말인가.

조금은 유난스러워 보일지라도 아이가 타고 있음을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

사실 ‘패밀리카’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안전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으로서 내가 선택한 자동차로 가족의 안전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은 꽤나 난감한 일이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졌다 한들, 경차가 중형 세단이나 SUV보다는 충돌이나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사실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캐스퍼는 정말 패밀리카로서 괜찮은가?’를 물어본다면 확신 있게 ‘그렇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패밀리카로서 적합한가를 따져볼 때 단순히 자동차의 크기와 성능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의 방식과 경제 상황, 운전 태도, 일상의 이동 패턴을 종합해서 고려해 보는 관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전원주택에도 제법 잘 어울리는 경차 캐스퍼

물론 둘째 아이가 좀 더 크고 장거리 외출이나 여행이 잦아지게 된다면, 좀 더 큰 차가 필요할 거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나와 아내도 미래의 우리 가족의 삶에 더 도움이 될만한 차를 고민 중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캐스퍼가 나와 우리 가족에겐 매우 훌륭한 자동차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이 작은 차와 우리 가족은 함께 대관령의 험난한 도로를 넘어간 적이 있고, 속초의 해변도로도 여유롭게 달려 봤으며, 아내의 둘째 출산이 임박해 양수가 터져 병원으로 급하게 가야 했을 때도 든든히 제 역할을 해주었다. 그렇게 이미 우리 가족과 많은 추억을 쌓았고, 그 의미있는 동행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내에게 처음으로 이 차를 선물했을 때가 떠오른다. 전원주택으로 이주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 아내는 낯선 시골 외지에서 돌이 갓 지난 어린 딸을 돌보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적응하고 있었다. 집 근처에는 도보로 산책이 가능한 공원도, 적적함을 달래줄 카페나 쇼핑몰도 없었기에 아마 집에 갇혀 있는 듯한 답답함을 크게 느꼈을 것이다. 그렇게 육아 우울증의 초기 증상까지 보였던 아내가 걱정된 나는, 무작정 주문해 받았던 캐스퍼의 차 키를 넘겨주고 답답할 때는 그냥 어디든 잠시 떠나보라고 했다. 당시 면허만 있었지 제대로 운전을 해본 적 조차 없었고 겁도 많았던 아내가 웬일인지 큰 망설임 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어린 딸과 함께 공원, 도서관, 쇼핑몰, 박물관 등 여기저기를 운전해서 다니기 시작했다. 아내의 운전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일 무렵, 아내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처음 차를 가져왔을 때의 사진. 이때만 해도 캐스퍼가 우리 가족의 유일한 자동차가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운전하는 게 겁도 났고, 어린 딸을 태우고 멀리 나가는 것도 걱정됐어. 하지만 그런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좀 더 나은 내가 되는 것도, 육아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았어. 어쩌면 이 차는 정체되어 있던 나의 가능성을 다시 열어주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준 고마운 존재인 것 같아.”

그 말을 들으니 캐스퍼는 이미 아내와도 아주 특별한 관계를 맺은 자동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에 불과하지만, 또 어떤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동반자가 되어주기도 한다. 캐스퍼가 작고 불안한 경차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와 아내, 우리 가족에게는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새로운 출발과 도전에 힘을 보태 주었던 자동차였음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 차를 ‘패밀리카’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앞으로 또 어떤 차를 그렇게 부를 수 있겠는가.

Roveworks

Roveworks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1인 사업가이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생각을 전달하는 일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제일 잘하는 일은 아무것도 안하기 입니다.

답글 남기기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이전 이야기

감성과 기능을 모두 잡은 사무용 기기 : 로지텍 Alto Keys K98M 키보드 & MX Master 4 마우스

Latest from Blog

함께 읽어보세요!

나의 자동차 이야기#2 : 랭글러를 떠나 보내며

우리 가족의 패밀리카로 많은 시간을 함께 했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나의 자동차 이야기#1 : 10년 넘은 랭글러를 타는 이유

젊은 날 카푸어의 삶으로 인해 자동차에 학을 떼었던 내가 장인어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