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올해는 겨울이 유난히도 길었구나. 때늦은 눈보라에도 버틴 꽃봉오리가 메마른 가지를 힘겹게 뚫고 얼굴을 빼꼼 내미는가 싶더니만 다시 매섭게 부는 칼바람이 다가오는 계절을 시기하는 듯하다.
매년 찾아오는 계절이 올해는 조금 더 간절했지. 그렇게 바라 마지않는다면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더구나. 깊이 박혀 나오지 않는 백합의 알뿌리처럼 기다리는 마음 애달프도록 그렇게 봄은 새살을 쉬이 보여주지 않더라.
하지만 딸아, 많이 늦었지만 결국 봄은 오는가 보다. 한 해 살이를 마친 누런 잎 사이로 비집고 올라오는 앞마당 초록의 잔디가 얼었던 땅을 녹이며 떠났던 풀벌레들을 다시 초대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이제 우리도 새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자꾸나. 너의 미소와 같은 봄볕으로 얼었던 마음을 녹이고 깨우자. 다시 기름지게 일구고 씨를 뿌려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풍성한 꽃과 열매를 맺게 하자.
딸아, 그래서 언젠가 겨울이 다시 심통을 부리며 찾아올 때, 그렇게 찬란했던 계절을 다시 기억나게 하자. 결국 봄은 온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겨우내 훌쩍 커버린 너처럼 새봄은 품이 더 넉넉한 모습으로 그렇게 다시 온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