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쓰는 편지 #추천영화

나의 인생을 풍요롭게 해준 다섯 편의 영화를 추천하며 영화보다 멋진 인생을 살아가길 바라는 딸에게 전하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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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다양한 세계와 인생이 담긴 좋은 영화는 일상을 더 풍요롭게 해준단다. 때론 감명 깊게 보았던 한편의 영화가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지.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아빠의 인생에서 좋은 영감을 주었던 영화 5편을 추천해 주고 싶구나. 너는 아직 다섯 살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꼭 찾아보기 바라는 마음에서 스포는 하지 않을게.

1. 인생에서 참다운 스승을 만나지 못했다면. <굿 윌 헌팅>

아빠는 불행하게도 학창 시절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주고 이끌어줄 수 있는 스승을 만나지 못했어. 어차피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지만, 혼란스러운 시기에 이야기를 들어주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 안타깝게도 요즘 시대에서는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 어려워졌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구나. 대신 이 영화를 추천한다. <굿 윌 헌팅>은 불우했던 주인공이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나 교감하며 상처를 치유받고 인생이 바뀌게 되는 이야기를 잘 그려낸 영화야. 만약 어려운 환경으로 인해 자존감이 약해지고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하게 된다면 이 영화에서 나오는 말을 기억해내렴. ‘네 잘못이 아니야.’

자신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큰 축복같은 일이란다.

2. 편견없이 사랑할 것. 그것이 젊음이니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서글프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살아온 날 만큼 생각과 행동이 굳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그렇게 깊게 자리 잡은 삶의 관성으로 인해 생긴 편견은 새로운 만남, 사랑, 이별에서 겪는 감정과 상처를 감당하기 힘들게 한단다. 하지만 젊음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에서 모든 편견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큰 힘을 가지고 있지. 그래서 결말이 좋지 않더라도 과정 자체가 아름답게 기억되는 것일 거야.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그런 청춘들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이별을 담백하게 그려내는 영화란다.

조제와 츠네오처럼 순수함을 가지고 있을 때 더 많이 사랑하길.

3. 가족의 의미에 대하여. <흐르는 강물처럼>

고지식하고 엄격했던 할아버지와 자유로운 성격의 아빠는 오랫동안 부딪침이 많았단다. 마주할 때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상황이 두려워 그냥 피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 어쩌면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이해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가혹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어도 온전히 사랑할 수는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는 아빠와 할아버지의 관계도 점점 나아지기 시작했단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이러한 가족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담아낸 영화야. 때론 너를 다 이해하지 못해도 항상 너의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가족’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좋겠구나.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어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가족일거야.

4. 평범해도 괜찮아.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세상에는 화려하고 주목받는 삶이 있는 반면 평범하게 행복을 만들어가는 삶도 있지. 후자가 대부분이지만, 주목받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비치는 후광에 가끔 우리는 평범한 인생을 실패한 것으로 착각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단다. 사실 인생이라는 것은 정답이 없고 저마다의 방향과 속도가 있을 뿐일 텐데 말이야.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평범한 인생도 충분히 고결하고 존경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멋진 영상과 재치 있는 상상으로 담아낸 영화야. 사실 요즘은 평범해지는 것마저 어려운 시대란다. 그러니까 평범해도 충분히 괜찮아.

평범한 삶에도 경의를 표할 수 있는 건 각자의 인생에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란다.

5. 어른이 다음 세대에게 남겨야 하는 것. <그랜토리노>

살다 보니 어느새 아빠는 마흔이 넘는 나이가 되었구나. 나이를 먹는 것과 어른이 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단다.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남겨줄지 고민하고 올바르게 행동해야 비로소 진정한 어른이 된다고 생각해. 마지막으로 추천하는 <그랜토리노>라는 영화는 그 어른이라는 존재가 우리 사회에 왜 필요한지 느끼게 해주는 영화란다. 잘못을 바로잡아주고 안전한 삶으로 이끄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자 책임일 거야. 비록 ‘꼰대’라는 핀잔을 듣더라도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아빠는 나이는 먹었지만 어른이 되려면 아직 더 노력해야 할 것 같구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어른은 그 차이를 뛰어넘는 책임과 역할이 있기에 존중받아야 하는게 아닐까?

요즘에는 이 모든 영화를 집에서 편하게 찾아볼 수가 있단다. 참 좋은 세상이지. 하지만 선택의 폭이 다양해진 만큼 좋은 영화를 찾기엔 더 어려워진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해. 더 먼 훗날에는 어떤 세상이 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너도 인생 영화를 발견하고 가끔씩 곱씹으며 소중한 누군가와도 공유하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구나. 앞으로 펼쳐질 너의 인생도 멋진 영화 한편 같기를 바라며. 아빠가.

ROVEWORKS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1인 사업가이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생각을 전달하는 일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제일 잘하는 일은 아무것도 안하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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