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가고시마 여행기 1

결혼준비와 과도한 업무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때. 모든 것을 잠시 멈추고 떠난 일본 미야자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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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두고 솔로로서 마지막 여행지로 선택한 미야자키 여행. 복잡하지 않고 한적한 곳을 찾아보던 찰나 미야자키로 함께 떠나자는 동반자의 제안에 큰 고민없이 떠나게 되었다.

생소한 이 도시로의 여행에 능숙한 일본어 실력과 사진에 일가견이 있는 동반자와 함께 하게 된 건 행운이었다. 그 덕분에 남기게 된 그 곳에서의 기억들을 여행 동반자가 촬영한 사진을 위주로 기록해 보았다.

미야자키라는 도시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일본 남부의 한적하고 조용한 도시라는 동반자의 말에 그냥 끌렸다. 연일 밤샘 작업으로 지쳐있던 나에게는 그만한 도피처가 없었다.

여행의 설레임을 가장 크게 갖는 순간. 미야자키행 비행기 탑승 직전.

미야자키는 일본 규슈 남부에 있는 작은 도시로 인천에서 직항이 있을 정도로 국내 관광객들도 꽤 많이 찾는 관광지이다. 관광객 인파를 걱정했지만 휴가 시즌을 살짝 벗어난 일정으로 생각보다 한적해 다행이었다.

여행의 반은 날씨가 한다. 다행히 출발부터 도착까지 ‘맑음’이었다.

미야자키 공항에 도착해 배가 고파 가장 먼저 식당을 찾았다. 자유로운 성향의 남자 둘이 떠난 여행이었기에 미리 찾아둔 맛집 정보 따위는 없었다. 그냥 끌리는 곳을 발견하면 서로의 눈빛을 잠시 교환한 뒤 들어가버리는 식이었다. 남자 둘의 여행은 그래야 한다.

무심코 들어간 미야자키의 첫 식당. 재방문 의사 이백퍼센트.

미야자키에서의 첫 식사는 대성공이었다. 치킨난반 정식을 주문했는데 어느 하나 부족한 점이 느껴지지 않는 완벽한 한상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치킨살과 상큼한 타르타르 소스와의 완벽한 조합이 아직도 생각난다.

나의 치킨난반의 기준은 이 곳의 맛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식사 후 내 뒤쪽에 진열되어 있는 술병이 멋스러워 사진을 찍었는데 미야자키에서 가장 유명한 ‘백년의 고독’이라는 술이라고 동반자가 설명해 주어 그 맛이 궁금했는데 미야자키 돈키호테에서 운이 좋게도 라스트 한병을 구매할 수 있었다.

보리를 증류하여 오크통에 숙성시킨 미야자키 전통주 ‘백년의 고독’ 운좋게 한병 겟!

식사 후 근처에 있는 숙소로 향했다. 남자 둘의 여행에서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은 가성비가 좋은 숙소를 구하는 것이다. 때문에 미야자키 도심에 있는 비교적 저렴한 호텔을 선택했지만 여러가지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호텔에서 짐을 풀고 한적한 도심의 정취를 느끼고 싶어 거리로 나왔다. 그 도시의 일상을 경험해 보는 것이 내가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여행 내내 통역과 인생샷을 책임졌던 동반자의 든든한 뒷모습.

일상에 지쳐있던 나는 그저 생소한 도시를 걷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사람 구경하기 힘든 그 곳의 거리는 마치 시간을 멈추고 혼자 돌아다니는 느낌을 갖게 했다. 이게 여행이 주는 매력이 아니겠는가?

여행의 설렘은 이런 낮간지러운 포즈도 아무렇지 않게 취하게 한다.

그렇게 카메라를 들고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열차를 타고 이동하기 위해 미야자키 역으로 향했다. 사람이 붐빌법한 미야자키 역사도 생각보다 한적해 쾌적하게 열차를 이용할 수 있었다.

거의 모든 이동을 열차를 이용했기에 미야자키 역은 우리 여행 동선의 중심지였다.

열차를 타고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미야자키 신궁’ 이었다. 8만 여개가 넘는 일본 열도의 신사 중 가장 으뜸으로 꼽힌다고 한다. 그 유래는 어찌됐건 빼곡히 들어선 나무숲의 장엄함을 통해 꽤 오랜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역에서 멀지 않은 미야자키 신궁. 장엄할 정도로 빽빽한 나무숲이 볼만하다.

우리가 미야자키를 방문한 날은 8월 18일이고 일본 남부의 무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산책 내내 서늘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시원한 나무 그늘길로 이루어져 있어 더위를 식히며 조용히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은 장소였다.

신궁 산책을 마치고 다시 주변 길을 돌아 봤다. 어딜 가던 인적이 드물고 조용한 동네가 처음엔 어색하기도 했지만 덕분에 천천히 그 거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하염 없이 산책 하다보니 어느새 저녁 식사시간이 되었다. 근처에 식당이 많지 않아 걷다가 발견한 라면집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야끼 만두와 돈코츠 베이스의 라멘을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다.

대충 찾아 들어간 라멘집인데 왜 맛있는 거지?

미야자키에서의 첫날이 이렇게 저물었다. 관광지를 방문하기 보다는 한없이 걸어다니며 도시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은 하루였다. 첫날부터 한없이 걸어 다닌 탓에 좀 피곤하긴 했지만.

그렇게 하루의 마무리를 하려던 나를 동반자가 한밤에 반 강제적으로 숙소 근처 공원으로 끌고 갔다. 밤하늘에 별을 찍고 싶다는 것이 이유.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밤산책.

덕분에 멋진 별사진을 볼 수 있었지만 이 사진에는 다른 목적이 있었다는 것.

알고 보니 동반자는 밤하늘 사진을 보여주고 싶었던 누군가가 있었다. 아마 바쁜 여행 일정에도 계속 카톡을 주고 받던 휴대폰 속의 누군가 였겠지. 목적이 불순했지만 제법 멋진 밤하늘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했다.

본 게시글에는 저자의 여행 동반자가 직접 찍고 보정한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단 사용이 불가하며 저작권과 관련한 문의는 당사자에게 직접 해주시기 바랍니다.

Instagram : @sk.Scott.cha

다음글 : 미야자키-가고시마 여행기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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