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다 액션 X30 V2 : 진짜 모험을 위한 카메라 백팩

사진과 함께하는 외부 활동에 필요한 카메라 가방을 결정하지 못하고 유목민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다 시모다 액션 X30 V2백팩을 선택하고 정착한 이유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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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본격적인 취미로 갖기 시작하면서 늘 가지고 있던 고민이 있었다. 외출할 때 부피가 크고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어떻게 챙겨 나가야 하냐는 것이었다. 이는 내가 사진을 업이 아닌 취미로 대할 때 항상 갖고 있던 딜레마였다. 사진을 즐기지만 그로 인해 일상과 경험의 균형이 깨지는 것은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카메라 가방의 선택이 매우 중요했다. 난 일상의 많은 부분을 카메라와 함께 하고 있으며 심지어 홀로 등산을 할 때도 카메라를 챙긴다. 때문에 무거운 장비가 효율적으로 수납되면서도 몸에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설계가 필수였고, 동시에 그 가방을 매일같이 가지고 다닐 만큼의 끌림이 있는 디자인을 갖추고 있기를 바랐다.

그런 점에서 시모다는 꽤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던 브랜드였다.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제로 자신들의 카메라 장비를 가지고 험지 곳곳을 여행하며 자사의 제품을 테스트하고 활용 노하우를 알려주며 꾸준히 고객들과 소통하고 있는 영상을 보면서 제품에 대한 자부심과 철학이 확고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Explore More’ 시모다는 모험을 즐기는 사진 작가 ‘이안 밀러(Inan Miller)’가 2017년 설립한 카메라 가방 전문 브랜드다. (출처 : 시모다 공식 웹사이트)

하지만 제품과 브랜드 철학이 마음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선택하지 못했던 문제는 바로 가격이었다. 내 기준으로 카메라 가방에 50만 원이 넘는 가격을 들인다는 것은 필요 이상의 사치의 영역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장바구니에 넣어 놓고 차마 결제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지켜보던 아내가 나 몰래 주문을 넣어 깜짝 선물로 가방을 선물해 준 덕분에 난 이 가방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오랜 망설임 덕분에 아내의 선물로 그 가방이 내개로 왔다. 시모다 액션 X30 V2.

내가 갖게 된 제품은 시모다 액션 X30 V2 백팩이었다. 제품명에서 알 수 있듯이 아웃도어 활동에 걸맞은 기능을 갖춘 30L 용량의 백팩 두 번째 버전이다. 탄탄한 재질과 넉넉한 수납공간, 무게를 안정적으로 배분해 주는 인체공학적 설계는 내가 그동안 바라던 카메라 백팩의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시켰다. 여기에 고급스러우면서도 신뢰감이 느껴지는 디자인은 당장이라도 메고 나가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자주 마찰이 일어나는 하단 부분은 TPU 재질로 덧대어져 있어 내구성을 높였다.

키트로 구성되어 있는 카메라 코어 유닛은 벨크로 타입으로 탈착이 가능한 칸막이 모듈을 제공하여 사용자의 장비에 맞게 변경이 가능했다. 실제로 새로운 렌즈를 들이거나 장비를 바꿀 때마다 상황에 맞춰 구성을 달리할 수 있어서 매우 실용적이었다. 코어 유닛을 제거하면 전체 공간을 일반 수납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최대 7L까지 추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롤 탑 기능도 짐이 많은 야외 활동 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이 가방의 핵심은 스트랩이다. 시모다 제품 라인업 중에서도 액션은 그 스트랩의 활용도가 정점에 이른 제품이라고 생각된다. 일단 가장 중요한 어깨와 허리를 감싸주는 스트랩은 몸의 곡선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라인으로 가방을 몸의 일부분처럼 느껴지게 한다. 몸과 맞닿아 있는 스트랩 안쪽은 네오프렌 재질로 되어 있어 감촉 및 내후성이 뛰어나며 메시 재질로 되어 있는 기타 제품보다 튼튼하고 위생적이다. 그리고 가방의 전면과 측면 적재적소에 위치해 있는 스트랩들은 삼각대, 등산 스틱, 무거운 스키 장비까지 장착이 가능하며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크게 거슬리지 않아 기능과 디자인을 모두 만족시켰다.

또 하나의 장점을 꼽자면 사용 편의성이다.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가방은 많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면 야외 활동 시 계륵 같은 스마트폰의 수납을 위한 공간을 어깨 스트랩 전면에 제공한 점이나 이동 중에도 카메라를 쉽게 꺼낼 수 있는 측면의 사이드포켓은 이 가방의 사용자들이 어떤 사용 패턴을 가지고 있을지를 심도 있게 고민하여 나온 결과로 보인다. 여기에 늘 사용하지는 않지만 목적에 따라 꼭 필요한 헬멧 홀더나 삼각대, 물병 파우치 등은 분리형으로 제공되어 평소에는 가방 내부에 숨겨둘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일단 무게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가방 자체의 무게도 2.4kg이고 여기에 카메라를 수납할 수 있는 코어 유닛(0.49kg)을 포함하면 약 3kg에 달한다. 물론 손상과 오염에 강하고 방수를 지원하는 소재와 카메라 보호를 위한 알루미늄 프레임이 포함되어 있어 납득이 되긴 하나 무게를 최소화하고 가볍게 다니고 싶은 여행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실 사용 시 가방을 매는 것보다 장비를 착용한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는다.

두 번째로는 가방의 범용성이다. 시모다 액션 백팩은 카메라를 가지고 외부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을 위해 설계된 가방이다. 그 목적과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과 외관은 데일리 백으로서는 그리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 이를테면 도심 산책이나 중요한 미팅 시에 이 가방을 메고 나간 다면 원치 않는 시선을 받을 수도 있다. 때문에 목적에 맞는 가방을 하나 더 구비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하나의 가방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선택에 신중을 기하길 바란다.

맞춤 변경 가능한 코어 유닛은 짐벌을 포함한 다양한 촬영 장비에 수납에 용이했다.

현재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난 이 가방을 6개월째 사용하고 있고, 그 기간 동안 6번의 등산을 함께 했다. 카메라 장비를 포함한 총 무게가 약 7~8kg에 달하는 가방을 등에 지고 산 정상으로 향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시모다 액션은 안정적으로 무게를 배분해 주고 어깨나 등에 가해지는 부담을 최소화해주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가방과는 체감의 차이가 클 정도로 편안했다. 물론 등산 시 자신의 체중의 10%가 넘는 짐을 지는 것은 몸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지만 나와 같이 촬영을 목적으로 험지를 다니거나 많은 이동 거리를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목적에 최적화된 가방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방을 메고 카메라 짐벌로 촬영하며 걷는 모습. 홍천 수타사 산소길.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말이 있다 사물의 형태를 결정하는 것은 그 사물의 필요성이며 장식적인 형태를 배제하고 사물 본연에 맞는 재료와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는 모더니즘 사조이다. 난 이 사조를 내 소비생활의 모토로 삼고 있기에 새로운 물건을 들일 때 꽤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한다. 시모다 액션 백팩은 그에 최적화되어 있는 제품이다. 가방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가 왜 그 자리에 위치해 있는지 설명할 필요 없이 납득이 되는 이유는 그 본연의 기능에 충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는 이 가방에 끌리면서도 다소 부담스러워 보일 수 있다. 짐작건데 아마 그 사람은 평소 모험에 대한 이상은 있지만 쉽사리 문밖을 나서지 못하는 성향일 가능성이 높다. 나 또한 그랬지만 이 가방을 들인 뒤로 좀 더 적극적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건이라는 것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없던 것을 만들어줄 수는 없지만 내재되어 있던 잠재의식을 깨우는데 하나의 영감이 될 수는 있다. 나에게는 이 가방이 그랬다. 때문에 마음속으로만 키우고 있던 모험이라는 낭만을 다시 깨우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당신이 존재하고 싶은 곳이 방구석 모니터 앞이 아니라 광활한 자연 속 어디라면 이 가방은 분명 그 여정을 위한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평가

디자인
9/10
소재 및 내구성
10/10
사용편의성
9/10
종합
9.3/10
아웃도어 사진 생활을 즐겨하는 사람에게는 적극 추천하지만 일상 또는 가벼운 산책 위주로 즐기는 사람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디자인과 오버 스펙일 수 있으니 사용 목적에 맞도록 선택할 것.

ROVEWORKS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1인 사업가이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생각을 전달하는 일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제일 잘하는 일은 아무것도 안하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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