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사업가로 살아남기: 창업과 생존

10년 차 사업가가 그 동안 살아남기 위해 겪은 시행착오에 대한 회고록이자 몇 가지 깨달음을 통해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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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홀로 사업체를 운영한지 10년 차가 되었다. 처음부터 사업을 결심했던건 아니었지만 비싼 돈주고 대학까지 졸업했는데 최저시급을 겨우 웃도는 급여를 당연하듯 던져주던 첫 직장의 불만이 시초가 되었다. 그런 직장에 인생을 바치는 것 보다는 나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에서 시작했다.

사업 초기의 데스크 세팅. 들어가는 비용이 적은 것이 나름 업계 장점.

하지만 생각보다 이 바닥은 더 척박하고 치열했다. 창업 첫해에는 그 최저시급 마저도 부러워하는 처지로 지내야 했고 일을 꾸준히 해도 돈은 벌리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자괴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금에서야 성장통 혹은 시행착오라고 포장할 수도 있겠지만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기였다. 마치 군대처럼.

2012년. 연탄이 생각보다 싸지 않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던 초창기 창업시기.

그렇게 근근히 버텨오다 보니 상황은 좀 나아졌다. 비록 소규모 스튜디오긴 하지만 나름의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고, 꾸준히 찾아주는 고객들도 늘어 돈도 벌게 되었다. 직장에 있을 때보다 수입이 나아질 무렵, 비로소 ‘회사’라는 말을 쓰는데 부끄럽지 않게 되었다. 일정 관리를 하지 않으면 곤란할 정도로 꾸준히 일거리가 들어왔고 사업에 대한 노하우도 점점 쌓여 불확실했던 창업 초기에 비해 희망적인 비전을 가질 수 있었다.

2017년. 5년차의 사무실. 파트너와 함께 성장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다음은 겪어보지 않으면 아무리 말해도 와닿지 않는 내용일 수 있지만, 모르고 맞는 것 보다는 알고 맞는 매가 덜 억울하듯이 나름의 생존 전략이므로 창업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는 참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몇가지 적어 본다.

1인 사업자는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유로운 업무 환경에 끌려 홀로서기를 하는 경우를 많이 봤지만 결국 나와서 일해 보면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1인 사업자의 경우 실무와 경영을 혼자 다 감당해야 하기에 꿈꿔왔던 프리랜서의 이미지와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결국 돈을 받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만족 혹은 어떤 집단의 목표 달성을 위해 나의 시간과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며 그것이 일이 갖는 본질이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의 나는 가끔 일을 자아실현의 잣대로 들이밀어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타협하지 않는 실수를 범하곤 했으며, 그 고집은 결국 나를 더 힘든 상황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결국 방식이 다를 뿐, 우리는 모두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사장이라고 갑질의 구렁텅이에서 해방 되었다 생각하면 큰 오산.

한번은 망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단, 최대한 젊은 나이에’ 라는 전제 조건이 필요한데 어차피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한번은 망할 확률이 통계적으로 반 이상이니 차라리 빨리 경험해 보는 게 낫다는 의미다. 스스로도 인지가 힘들 정도로 패기가 넘치는 시기에 망해 보는 건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가진 것이 없어 깡통을 차도 상대적 박탈감이 덜할뿐더러, 그 상황에서 조금만 나아져도 뭔가 되고 있다는 동기부여를 받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망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몸소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난 이 경험이 도약의 큰 발판이 되었다. 남이 아무리 얘기해도 와닿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표라는 직함을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다.

처음 사업자등록을 하고 나 혼자 다 해먹는 개인사업에 대표라는 직함이 낯간지러워 상황에 따라서는 직함을 가리고 ‘실장’이라는 업계에서 통용되는 명함을 가지고 다니기도 했다. ‘갑’과 ‘을’의 관계에 익숙한 우리나라 업계에서 오는 비즈니스 관행을 따랐던 것이었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직함에서 오는 쓸데없는 무게감은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비즈니스 관계에서 스스로의 위치에 떳떳하지 못한 모습은 일에 대한 신뢰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깨닫고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사람을 쉽게 안믿는 것은 죄가 아니다.

돈이 없을 때는 사람을 믿는 것보다 기술과 능력에 믿음을 갖고 덤벼야 그나마 할만하며, 사람에 대한 믿음을 토대로 한 의사결정은 잘못된 판단일 확률이 높다. 시행착오 이후 나는 ‘말’보다는 ‘서류’를 ‘감정’보다는 ‘능력’에 초점을 맞춰 일을 진행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고, 반대로 말과 감정이 앞서는 사람을 잘 믿지 않게 되었다. 물론 비즈니스 관계에 한정해서다.

결국, 살아남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

이 글이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점점 더 살아남기가 어려워지는 각박한 시대에 특별한 존재가 아님에도 나름의 방법으로 버텨오고 있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조금의 위로가 되길 바란다.

ROVEWORKS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1인 사업가이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생각을 전달하는 일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제일 잘하는 일은 아무것도 안하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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