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전원주택에서 맞는 네 번째 봄이다. 예전엔 그저 시간의 흐름을 가늠하는 기준쯤으로 여겼던 계절의 변화를, 이제는 바람과 흙냄새, 마당을 채우는 생명의 기척으로 느낀다.




혹독한 겨울을 보냈기 때문일까. 올해는 유난히 계절의 변화가 더욱 극적으로 다가왔다. 어수선했던 겨울이 하루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에, 유난히 자주 들려오던 산불 소식까지 겹쳐 늦게 내린 봄비마저 안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뒤늦게 찾아온 시원한 봄비는 그 서운함마저 조용히 씻어내고, 굳어 있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그리고 집 마당에 잠들어 있던 꽃과 나무의 흙 이불을 조심스레 걷어내 주었다.

그렇게 피어오른 봄의 기운은 우리 가족에게도 겨우내 묵었던 게으름을 털어내고, 집 앞 마당에서 새봄맞이를 시작할 힘을 주었다. 잡초를 뽑고, 나무의 마른 가지를 정리하고, 텃밭을 일구며 다시 삶의 리듬을 되찾아간다.





봄이 좋은 이유는 단지 볕이 따뜻하고, 꽃이 예쁘고, 하늘이 맑아서만은 아닐 것이다. 다시 무언가를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은 마음가짐, 그리고 어쩌면 많이 늦어버린 그 시작마저 머쓱하지 않게 감싸주는 계절의 다정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