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글 : 미야자키-가고시마 여행기 1편
규슈 2박 3일의 일정 중 가장 긴 둘째날에는 기차를 타고 가고시마를 방문하기로 했다. 미야자키 지역만 돌아보더라도 부족한 일정이었지만 이 역시 충동적인 선택이었다. 미야자키 역에서 약 3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라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해야 했다.
오랫만에 기차 여행이라 창밖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 꽤 긴 시간임에도 지루하지 않았다.
가고시마 역에 가까워지자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사쿠라지마 화산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첫번째로 갈 목적지가 바로 저기다.
가고시마 도착 후 점심시간이 되어 역사 안에 있는 식당에서 끼니를 때우기로 했다. 우동 정식과 장어 덮밥을 주문했는데 동반자는 여기서 먹은 장어 덮밥이 최고라 극찬 했다. 우린 맛집을 굳이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식사 후, 사쿠라지마 페리를 타기 위해 트램을 타고 이동했다. 한국에는 없는 이동수단이라 타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사쿠라지마는 말 그대로 섬이기 때문에 페리를 타고 20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 섬에 도착하면 섬을 한바퀴 돌면서 관광할 수 있는 투어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투어 버스는 사쿠라지마 주변을 천천히 돌면서 주요 스팟에 정차하여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약 1시간 정도의 코스인데 무더위에 지친 탓인지 버스 안의 에어컨 바람에 나는 출발부터 도착까지 한번도 못내리고 뻗어 버렸다.
체력의 한계로 버스에서 내리지 못한 나는 사쿠라지마의 절경을 동반자의 사진을 통해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아쉬움이 남는 사쿠라지마 투어였지만 잠시나마 휴식을 통해 회복할 수 있었고 다음 행선지 덴몬칸으로 향했다. 가고시마의 최대 번화가로 쇼핑도 할겸 들러 보기로 했다.
덴몬칸 상점 투어를 마치고 발견한 스타벅스가 어찌나 반가운지 국산 브랜드도 아닌데 마치 고향의 느낌마저 들었다. 한국과 다른점은 언어의 장벽 뿐이었다.
가고시마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미야자키로 돌아오니 어느새 하루가 저물었다. 짧은 일정이었으나 다음 방문을 기대하게 하는 좋은 투어였다.
어느덧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어느새 정이 들어 버린 듯한 느낌에 짐을 정리하며 살짝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역시 일상은 길고 일탈은 짧다.
숙소에서 짐을 정리하고 아침 일찍 나와 미야자키 공항 근처에 짐을 맡겨 두고 그 근처에서 이른 점심식사를 했다. 메뉴는 스시 덮밥.
마지막 방문지는 미야자키에서 가장 유명한 아오시마다. 도깨비 빨래판이라는 지명으로도 알려진 곳. 열차를 타고 이동했다.
아오시마 역에 도착하니 역사 바로 앞에 맛집의 포스가 풍기는 우동집이 있었다. 점심 식사를 하고 도착했기에 배가 고픈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알고 보니 꽤나 유명한 집이 었나 보다. 예약이 필수일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약간의 대기 시간 후, 난 새우튀김 우동을 주문했다. 단언컨데 내 인생 가장 맛있는 우동이었다.
엄청난 우동을 맛본 후 발걸음은 한결 더 가벼워졌다. 도착한 아오시마는 작은 섬이지만 다리가 연결되어 있어 도보로 진입이 가능했다.
‘도깨비빨래판’은 무수한 세월을 통해 퇴적과 융기를 통해 생성된 독특한 지형이 마치 그와 같다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아오시마 섬을 끝으로 다시 미야자키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 적당히 지쳐 기분좋은 그 나른함은 그 동안의 일정을 돌아보며 정리하기에 좋은 컨디션을 만들어 주었다.
이번 여행의 감상을 짧게 이야기 하자면 일상과 일탈의 경계, 좋은 동반자, 무계획의 설레임, 하염없이 걷기, 가는 곳마다 맛집 등으로 정리하고 싶다.
필수 관광지를 보고 왔다는 뿌듯함보다 그 도시의 일상에 잠시 녹아들 수 있었음이 더 값지게 느껴진 시간이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이다.
미야자키-가고시마 여행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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