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주거에 대한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주거에 대한 문제는 단순하게 ‘어디서 살 것인가’에 국한되지 않고 자산, 교육, 일자리 등 여러가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더욱 그렇다.
특히 수도권에 사는 부자가 아닌 소시민들의 경우 내집 마련을 위해 인생의 많은 것들을 희생시키면서 집에 대한 투자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을 탓 할 수 만은 없는 것이 미친듯이 상승하는 도심의 집값 때문에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쫒겨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 소시민중의 한 사람으로써 매일 같이 부동산 시세를 확인하고 청약 경쟁의 승리자가 되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었다. 하지만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 보다 어려워 보이는 서울 내집 마련의 꿈은 그런 내 노력을 비웃듯 우주를 뚫을 기세의 집값 상승과 함께 점점 더 멀어져만 갔다.
그렇게 쳇바퀴 돌던 일상을 보내던 중, 그 일상 마저도 뒤엎어 버린 팬데믹이 찾아왔고, 그 와중에 우린 아이를 갖게 되었다. 갑자기 찾아온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은 우리 부부가 가지고 있던 가치관의 많은 부분을 송두리째 흔드는 계기가 되었고, 은퇴 즈음에나 가능할 것 같았던 삶의 선택지 중 하나를 꺼내볼 수 있게 했다.
도심에서의 삶을 포기한 이유
그렇게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자 우리 부부는 ‘주거의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살고 있는 곳에 만족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 보았다. 라이프 스타일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획일화된 내부 구조, 그 효율성에 빼앗긴 안락함, 녹색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앞동뷰 조망권, 층간소음, 주차대란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되게 비싼 집값. 되짚어 보니 그 동안 내가 왜 이런집을 사기 위해 그토록 집착했는지 자괴감 마져 들었다. 도심의 아파트는 우리 삶의 해결책이 아니었다.
물론, 위 결론은 ‘주거의 본질’을 핵심 가치로 두고 고민했기 때문에 자산, 교육, 일자리 등의 부가 가치보다 우선한 결과였다. 도심에서 자리 잡고 가정까지 꾸린 30대 가장으로서는 어쩌면 무책임한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었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고민해온 난 확신할 수 있었다. 이 곳을 벗어난 우리의 삶은 지금 보다 나을거라는 사실을.
왜 해결책으로 전원주택을 선택했는가
도심에서의 삶을 포기하자 나는 의외로 많은 선택지가 생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감당하기 힘든 도심의 집값에서 자유로워 진다는 것은 우리가 살고 싶은 집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 때부터 나는 내가 원하는 집의 구조를 찾는 것에 집중했고, 관련 서적과 설계 도면을 찾아 보면서 비로소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직접 짓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그렇게 일하는 틈틈히 디자인 툴로 직접 도면을 그려보기 시작하면서 막연하게 어렵다고 생각했던 ‘주택짓기’는 어느새 현실이 되고 있었다.
결심부터 현실로 이루기까지 그 험난했던 과정
이 글의 작성 시점은 주택 완공 후 6개월이 지난 현재이다. 앞으로 틈틈히 그리고 조금씩 그 과정을 풀어나가려고 한다. 그 고난과 역경의 시간들을 회상하며 개인적인 회고록 또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일말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두고 남기는 글이 될 것 같다. 집 지으면 10년은 앞서 늙는다는 말을 콧방귀 뀌며 무시했던 지금의 나는 이미 늙어버린 스스로를 보며 많이 겸손해지더라. 앞으로 올릴 과정의 글은 그 10년 같았던 1년을 정리한 내용이 될 것이며, 그만한 가치가 있었는지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 기록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나는 그토록 원하던 주거 독립을 이루었는가 일 것이다.
결론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