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너가 태어나기 전까지 나는 알지 못했단다. 사람은 본래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을.
네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감동에 겨운 눈물은 아쉽게도 나오지 않았어. 처음 느껴보는 감정과 상황에 나는 아무 말도, 어떤 표정도 짓지 못하고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 같은 시간 옆방에서 출산을 한 다른 아빠가 오열하는 모습을 보고 그러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어.
네가 태어나고 꽤 많은 시간이 지났을 때에도 우리에게 온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 초보 아빠에게는 하루하루가 긴장과 걱정의 연속이었고 너를 대하는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거든. 다행히도 너는 그런 서툰 손길을 따뜻하게 받아 주었고 환한 미소로 답해 주었지.
너는 우리에게 매 순간 행복한 감정을 전달하는 특별한 존재란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장해제되는 내가 언젠가부터 많이 경직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나 역시 잘 웃고,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끼던 시절이 분명 있었을 텐데 말이야.
딸아. 네가 태어나기 전까지 나는 알지 못했단다. 나도 본래 그런 사람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