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과의 거리두기
내가 그동안 캠핑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로는 구비해야 하는 장비들이 너무 많다는 점. 캠핑의 필수 장비인 텐트부터 시작해서 음식을 해먹기 위한 식기구 및 기타 조리도구들, 의자, 테이블, 침구류 등의 부가장비들까지. 모두 구비하려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사용 빈도에 비해 큰 부피와 많은 가짓수의 물건을 보유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는 내가 추구하고 있는 삶의 최적화에 부합하지 않았다.
두 번째로는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었다. 전국적으로 캠핑 붐이 일어나면서 그에 따른 문제점도 커졌는데, 대표적으로는 쓰레기 처리와 노지 캠핑으로 인한 자연환경 훼손에 대한 문제이다. 이는 의식적으로 신경 쓸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몰지각한 일부(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사람들과 정착되지 않은 캠핑 문화로 인해 캠핑 자체에 좋지 않은 인식이 만들어지게 되어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핑
결과적으로 뒤늦게 캠핑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기존의 여행 방식에 거부감을 느끼면서부터였다. 나는 관광명소 방문 뒤 호텔 숙박으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다. 동선이 강제되어 여유로움을 느끼기 힘들거니와 특히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복잡하고 사람 많은 곳만 일부러 찾아다니는 꼴이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원하는 숙소 예약 또한 쉽지 않아 일정에 맞는 숙소를 예약하고 그 숙소에 위치에 따라 여행 계획을 세워야 하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들이 생각보다 자주 발생했다.
그렇다고 온갖 편의 시설과 놀이시설이 한곳에 모여있는 호텔 또는 리조트로 떠나는 여행은 자연과 함께하는 여행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 또한 부모의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아이에게 더 다양한 자연환경을 경험시켜주고 싶었고 아이와 함께 자연환경 속에 들어와 직접 생활하고 즐기며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행 방법이 캠핑 외에는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훼손을 최소화하며 캠핑을 즐길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합리화를 하기에 이르렀다.
야영지로 자연휴양림을 선택한 이유
자연휴양림은 산림청에서 하이킹, 캠프, 산림욕, 레저, 숙박 등 자연에서의 관광이나 숙박을 모두 해결할 수 있도록 조성한 종합시설이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민간 차원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 곳곳에 이런 자연휴양림 시설을 조성했고 전국의 산에 상당수의 자연휴양림이 존재한다. 산림청의 통합 관리를 받다 보니 안전 및 시설관리가 좋은 편이고 전국 곳곳의 뛰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야영지로는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다만 예약제(숲나들e 웹사이트)로 만 운영하기 때문에 환경이 좋고 저렴한 자연휴양림은 원하는 날에 예약하는 것이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주말 및 성수기에는 추첨을 통해 선별될 정도이니 그 인기를 실감케 한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극성수기에는 캠핑을 하지 않으며 평일 위주로 예약을 잡아 다녀오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다행히 비수기 평일에는 예약이 어렵지 않은 편이다.
자연휴양림은 기본적으로 규정이 엄격한 편에 속한다. 야영은 지정된 장소에서만 가능하며 외부인은 출입이 통제된다. 장작불 및 대형 화기 사용은 불가하며 음식물과 쓰레기는 지정된 장소에만 버릴 수 있다. 이런 규정들 덕분에 자연휴양림의 야영장은 비교적 깨끗하고 쾌적한 편이다. 때문에 가족단위로 조용히 즐기다 가는 야영객들에게 추천할 만한 장소다.
캠핑을 왜 하냐고 묻는다면?
도대체 캠핑을 왜 하는거야?
내가 캠핑에 관심을 두지 않았을 때 주변 캠퍼들에게 이런 질문을 자주 던지곤 했다. 돈과 시간을 들여 굳이 타지까지 가서 고생을 즐기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들었던 가장 많은 답변은 ‘일상과의 단절’이었다. 북적이는 출퇴근과 격무에 시달리는 하루. 그리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왔을 때 느껴지는 공허함. 그런 일상을 탈피하고 잠시나마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 우리나라에서 왜 캠핑에 대한 로망이 점점 커지고 유행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캠핑을 막 시작한 사람으로서 누군가가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일상과의 연결’이라고 답하고 싶다. 경이로운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벅찬 감정과 긍정적 영감은 나의 일상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고 그 일상을 지속하는 좋은 에너지가 되어 주었다. 자연환경이 유지되어야 캠핑도 지속할 수 있듯이 우리의 일상도 무너지지 않아야 일탈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스스로 까다로운 규칙을 정하면서까지 캠핑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