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캠핑 장소를 고민하다 강원도 횡성 병지방 계곡에 KT 고객을 위한 전용 캠핑장이 있다고 해서 다녀왔다. KT 키즈랜드라는 이름답게 아이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아이와 함께 캠핑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었다. 일정 내내 날씨도 화창하고 미세먼지도 적어 더 좋았다. 평일이라 그런지 그날 캠핑장에는 우리 가족 외 딱 1가구만 예약을 한 상황이라 마치 인적 드문 노지에서 캠핑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나와 아내는 캠핑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바깥세상을 보여줄 때마다 한 뼘씩 성장하는 듯한 아이의 모습은 집돌이, 집순이였던 나와 아내의 성향마저 바꿔 버렸다. 작년 여름, 급하게 텐트와 장비들을 구해 무작정 떠난 제주도가 처음이었고 그렇게 아이를 위해 마지못해 떠났던 첫 캠핑에서 나 역시 큰 영감을 받아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쩌면 더 성장한 것은 아이가 아니라 나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올해로 2년 차에 접어든 우리 가족의 캠핑은 좀 더 능숙해졌다. 텐트를 치는데 1시간 가까이 걸리던 나는 제법 초보티를 벗어나 그 시간을 반 이상 단축시켰고 아내도 능수능란하게 장비들을 꺼내고 정리를 해냈다. 아이는 근처에서 꽤 무거운 돌들을 가져와 나의 텐트 마무리 작업을 도왔다. 비록 캠핑이지만 같은 목적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아내와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를 전우애마저 느껴졌다.
캠핑장 주변에 있는 병지방 계곡은 물이 맑고 수심이 높지 않아 아이와 함께 즐기기에 적합했다. 아직은 물놀이를 하기에는 이른 계절이지만 방수복을 입히고 계곡을 헤집고 다니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매우 즐거워한다. 특히 아이는 물가에 돌들 사이로 꼬물거리는 올챙이들과의 첫 대면이 신기했는지 반짝이는 눈망울로 매우 오랫동안 관찰하기도 했다.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손으로 올챙이를 잡아 보는 경험을 했다.
아직은 일교차가 큰 계절이라 그런지 캠핑장의 저녁은 제법 쌀쌀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불을 피웠다. 그동안 불을 피울 수 없는 자연 휴양림만 다녔는데 공식적으로 가능한 사설 캠핑장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모닥불은 제법 운치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불멍에는 큰 관심이 없나 보다. 엄마가 준비한 마시멜로를 다 구워 먹자 졸리다고 바로 텐트로 들어가 버렸다.
아이를 재우고 나와 아내는 좀 더 불을 피우며 꽤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적막한 가운데서 타오르는 불빛과 함께 전달되는 온기는 대화의 주제와 상관없이 함께 있는 시간을 더 밀도 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어둠은 더 깊어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즈음 문득 하늘을 보았는데 나와 아내는 동시에 육성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두컴컴하기만 했던 밤하늘에 어느새 무수하게 많은 별들이 수 놓아져 있었다.
그렇게 캠핑장에서 멋진 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간단한 식사 후에 짧았던 1박 2일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사실 아직도 캠핑이 나의 성향과 맞는다고 확신하진 못하겠다. 텐트 설치의 번거로움, 불편한 잠자리, 먼 이동거리 등 집이 가장 편했던 나에게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말을 몸소 느끼게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나가게 되는 건, ‘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말을 덧붙일 만한 멋진 경험도 함께 전달하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