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의 본질을 고민하다
오늘날 손목시계는 그 물건 자체로의 기능보다는 부의 상징, 혹은 사치의 영역으로 여겨진다. 아마도 신체에 착용하는 악세서리 중에 나와 남에게 가장 많이 보여질 수 있는 손목에 착용하는 물건인 동시에, 직접적인 부의 과시로 느껴지는 부담감을 절묘하게 포장해 줄 수 있는 ‘시간’이라는 고결한 가치를 내재하고 있는 물건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치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편협하다. 그만한 가치를 이해하고 소유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만 최근 그 가치를 100% 돈으로 환산시켜 재태크 혹은 금전적 이득으로만 여기는 장사꾼의 마인드가 시장 저변에 확대되고 있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기본중의 기본, 스와치 원스 어게인(Once Again)
그런 와중에 ‘시간을 보는 것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계’를 구매하게 되어 간략하게 후기를 적어보려 한다. 바로 스와치의 기본 중의 기본 모델인 시계 ‘Once Again’이다.
이 시계는 ‘시계를 원하는 사람’이 아닌 ‘시계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시계라고 할 수 있다. 가벼운 무게, 가독성 좋은 숫자 폰트, 튀지 않는 디자인,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스와치의 스테디셀러이다.
아울러 이 시계는 앞서 말한 시계가 갖고 있는 부의 과시에 편승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모델이기도 하다. 모든 브랜드의 시계의 브랜드 가치를 순위와 등급을 매겨 판단하는 시장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장에서는 스마트워치가 그 기능을 하고 있다면 아날로그 시장에서는 ‘카시오’의 일부 모델과 스와치의 이 제품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기본 시계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모델이기에 장단점을 나열하기도 애매하지만 명확한 단점은 존재한다. 바로 생각보다 큰 초침 소리이다. 보급형 전자식 쿼츠를 사용한 모델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카시오의 경쟁모델과 비교해도 큰 초침 소리는 어떤 상황에서든 거슬릴만 하다. 만약 이 모델을 수능시계로 고려한다면 절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하지만 이 시계의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기존 시계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과 등급 매기기에 지친 사람들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 초침 소리마저 이 시계의 아날로그적 감성에 한 부분으로 여겨져 크게 신경쓰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본질을 다시 찾고 싶은 당신에게
내가 이 시계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도 그러한 맥락에서다. 명품 시계를 차고 있음에도 그 윗 등급을 부러워할 수 밖에 없는 공허함의 부질없음과 스마트한 일상을 살기위해 선택한 웨어러블의 충전압박과 무게를 감당해야하는 비효율적인 일상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 목적을 충분히 충족시켜주는 모델이 바로 이 스와치의 ‘Once Again’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