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한번은 그런 적이 있지
아침에 세수하려고 세안제를 짰는데 그게 옆에 있던 치약이었던 적
치약을 씻어내고 다시 얼굴에 물을 끼얹었는데 안경을 벗지 않았던 적
하루에 열 번도 더 왔다갔다 하는 화장실 문지방에 발가락이 찧었던 적
사실 하고싶은 말은 ‘아프다’였는데 정작 나온 말은 ‘짜증나네’ 였던 적
그런데, 꼭 한번은 그런 날도 있지
어이없는 실수로 짜증이 나다가도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던 날
반복되는 실수에 어이가 없어도 사람다운 스스로에게 되려 안심했던 날
쥐어짜듯 아파 괴로워할 때 걱정해주는 이가 근처에 있음을 새삼 느낀 날
그 따스함 때문에 한껏 골이나서 분풀이 하려던 내가 겸언쩍었던 날
꼭 한번은 그런 적이 있지만 나쁘지 만은 않았던 날
다시 생각해보면 그저 모든 것이 고마웠던 날